7.3 대학원 학위자격 시험 - 반도체 연구소 발령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선 외부에서 온 학생들에게 대학원 학위 (Ms, Ph.D) 후보생 자격시험이란 것이 있었다. 생전에 시험공부란 제대로 해본 일이 없었다. 국민학교서 중학교는 오른팔을 다쳐 겨우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에서 입학시험을 준비 없이 치렀고 고등학교는 학제변경으로 자동입학이 되었다. 대학은 6.25동란 부산 피난살이 때라 천막학교는 있었으나 입학시험 공부라고 따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입학시험은 아니라도 중간시험 학기말 시험 때면 친구들이 찾아와서 시험공부 시켜달라고 해서 모여서 반은 놀다가 다음 날 그냥 가서 시험을 치곤 했다. 이 학교의 자격시험은 일년에 두 번으로 공과계통 학생 전부를 모아서 치러지는데 그 응시자가 900-1000명이 되었다.
자격시험은 주로 기본지식 테스트로 내 생각에도 잘 치른 것 같았다. 합격했다. 학격 발표 다음 날 나의 지도교수가 날 불러서 그의 사무실로 찾아 갔더니 자격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아 일등을 했다는 것이다. 자기도 채점위원 이었는데 다른 교수들도 자기를 좋은 학생을 가졌다고 축하해 주었다며 내게 악수를 청해 왔다. 수학문제 두 개와 물리문제 하나는 특별히 까다롭게 출제해서 특별히 뛰어난 학생을 목표로 했는데 나만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의외의 제의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 반도체 연구실을 크게 짓는데 여기에 들어오라는 권고다. 한참 칭찬을 받은 직후라 그냥 좋다고 “YES” 를 했다. 그랬더니 반도체공학이 앞으로 전자공업을 주도하고 우리의 생활도 반도체 중심이 된다고 나를 격려했으나 나는 그냥 얼떨결에 별 반응 없이 듣고 있다가 사무실에서 나왔다
고민 끝에 “No” 하려고 큰 마음 먹고 용기를 내서 지도교수 방을 찾았다. 마침 강의에 나가서 방이 비어 있었다. 한 쪽으로는 힘든 말을 안 하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결국 다시 찾아갈 용기를 못 내서 하루 이틀 미루다가 No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는 반도체연구소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계속 ‘졸업 못한다’ 는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월급이 두 배나 올랐고 좋은 직장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이것이 더 잘거라고 혼자서 위로했다. 반도체 연구소의 첫 staff이 되고 생각지도 못한 내 사무실과 비서가 생겼다. 미국와서 겨우 1년이 될 때다 .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 유학 초년생이 Ohio State University의 Research Foundation 에서 새로 설립하는 반도체 연구소의 사실상의 설립 책임자가 된 것이다. 이로 부터13년 후에 대한민국 경기도 부천에 한국반도체 주식회사를 내가 내 혼자 실력으로 설립했다. |
7.4 Ohio State University – Semiconductor Lab 반도체연구소 설립
4층에 큰 교실만한 빈 방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헌 책상, 의자,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누가 오래 전에 썼던 방 같았는데 이 것이 내 방이라고 했다. 아마 전교에서 개인 사무실로는 제일 큰 방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정식 연구소 직원이 되었고 사무실도 생겼다. 맞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혹시 전화라도 오면 받아야지 하는 생각에 매일 아침 이 곳으로 출근했다. 강의에 들어가는 시간을 빼고는 여기서 자리를 지켰다. 하루 종일 있어야 지나가다 호기심에 뭐 하는 곳인가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혹간 있을 정도였다.
사람 팔자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시간에 쪼달리고 잠잘 시간도 없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 인데 지금은 돈도 더 받고 일이 없어 놀고 있으니 말이다. 나 자신도 믿기 힘들었다. 거의 한달 동안을 하는 일 없이 넓은 방만 지키고 있었는데 하루는 책상이 하나더 들어오면서 Research Foundation 에서 실무자가 파견되어 왔다 Pat Clark라는 몸집이 큰 중년 아줌마로 어제까지 의과대학 부속 연구소 설립을 끝내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내가 여기 설립 책임자가 되어 있고 자기는 나를 보조하는 비서라는 것이다. 나는 겁이 났다. 내가 무얼 안다고---.
다음 날 나의 지도교수가 날 불러서 그의 사무실로 찾아 갔더니 자격시험에서 최고점수를 받아 일등을 했다는 것이다.....
항상 겸손하신 강박사님
자신의 실력과 잠재력을 남들이 먼저 알아봐주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