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5번,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앙세르메

by 겨울아찌 posted Jan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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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관한 잡념 베토벤 교향곡 5번 앙세르메

 

초짜지만, 음악이야기 게시판을 발견하고... 뭔가 남겨야 할것 같아서... ^^);;

고등학교때, 청계천에서 판매되었던, FM스테레오 기판과 앰프로 조립해서, 음악을 즐기는 생활을 했습니다. 주로 라디오로 들었고, 70-80 팝, 경음악, 프로그레시브 까지는 들었는데, 차츰 클래식에 관심이 가기는 했는데, 어떻게 입문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가이드 없이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니, 너무 지리하고... 고역이더군요.

 

그냥 포기하고, 생활하다가,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80년대 군대의 졸병으로 험하게 군생활을 하던 와중에, 일병이 되었을때, 내무반에서 전역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왕고참이 선언을 했습니다. 자신은 오늘 부터 클래식 음악만 듣겠다고... 그때 Tv 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의 군대의 내무반에는 Hi-Fi 전축이 한참 유행을 타던때라서, 일체형 전축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선언을 하더니, 그분이 베토벤 교향곡 5번만 내내 틀어댔습니다. 스위스로망드 오케스트라, 앙세르메 지휘의 LP 판으로... 아마 한달정도 계속 틀었던것 같습니다. 쫄병인 저야, 내무반에서 늘 대기하며 (고참에게 서비스 하기위한 대기병 노릇)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후 더 이상 내무반에서 다른 클래식 음악은 들리지 않았으니, 아마도 그 왕고참은 제대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화는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한달 내내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듣다보니, 그 곡을 모두 외워버렸습니다. 한참 젊을때 기억한것이라서 그런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체를 외워서 선제적으로 흥얼거릴수 있습니다. 또하나 놀라운것은, 그렇게 베토벤5번을 익혔을 뿐인데, 다른 클래식 음악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놀라웠던... @_@) 그렇게도 노력할때는 습득하지 못했던 것을 습득한것 것 이지요.

 

그 이후로, 군에 있으면서 외부 출입 군속에게 부탁해서, 한두장씩 LP 판을 사모으며 듣기 시작했습니다. 수년뒤, 제대후 대학교 음악감상실 생활을 하다가, 선배로부터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소나티테' 형식으로 쓰여진 곡이고, 클래식 음악의 대표적인 형식이라는 것을 들었습니다.

 

결국 음악이라는 것은 얼마나 익숙해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하는 일화입니다.

 

- 겨울아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