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과 10일 그리고 삼성카세트 덱

by 엘에이 posted Oct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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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까칠한 클리식 사이트에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로이 오베온 이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을 다운받아서 듣고 과거 이곡들 듣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84년에 구입한 삼성 뮤직센터(사진과 비슷합니다)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몇년 사용하던 엉터리 레코드 시스템이 수명을 다하고 제대로 된 오디오가 없었는데 막 대학을 입학한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구입했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사회각층에 환심을 사기위해 노력했는데 대학생들에게는 공공 근로 아르바이트를 제공했습니다. 동생은 학교앞 횡단보도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서는 보수가 참 많아서 철없이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각설하고 이 카세트덱으로 제가 본격적으로 음악감상의 격을 높였습니다. FM에서 바로 녹음해서 들으면서, 그전까지는 돈 모아서 사던 LP판 비용을 쓰지않아도 됐습니다. 물론 공테이프는 구입해야하지만 이것도 두시간짜리 열개묶음을 청개천에가서 사면 큰 부담되는 가격은 아닙니다.

한낮에 KBS클라식 음악 전용 방송에서 좋아하는 곡들을 녹음하느라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카세트 덱에 붙어살았습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는 하루에 한곡씩 특집으로 방송했는데 이것 녹음하느라고 정신 집중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렇게 열흘 공들여서 몇년을 들었습니다. 오늘 다운받는데 2분도 안걸리는 걸 보니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당시에는 판으로 틀어방송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디지털로 재 편집한 소스를 들으니 정말 좋습니다. 카세트 덱은 그렇게 7년정도 사용하다 cd초창기를 거치면서 다시 판으로 돌아갔습니다.

디지털 시대 그리고 너무나 많은 오디오 장비들을 지니고 있지만 카세트 덱 하나에 의존하던 시기 만큼 음악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카세트를 설치해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가계할 때는 손님들이 카세트 테이프로 cd만들어달라고 해서 가끔 연결해서 들어보긴 했습니다. 그 때 한국서 가져온 녹음한 테이프도 몇개 남아있는데 아직도 소리가 나오고 중고로 굴러다니는 것 몇개사서 들어볼까 생각도 해봅니다. 소리가 나쁘진 않습니다..